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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슴 (한강, 1998)재밌는 거/책 2021. 2. 27. 22:35
안녕하세요!
'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검은 사슴'에 대한 후기를 남겨보고자 합니다.
다음으로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할 때면 항상
소설가 한강님의 작품도 함께 고민하게 되지만
어째서인지 그 때마다 더 읽고 싶었던 다른 작품이 있어
미루곤 했었습니다.
아마도 제목부터 추상적이기도 하고,
무언가 희미하고 뿌연 책의 표지 때문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정말 더이상 미루고 싶지 않다, 꼭 읽어보고 싶다!'라는 각오로
검은 사슴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복잡하지 않은 소수의 등장인물과 관계를 가지고
이렇게 복잡하고 아련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감탄스러운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주인공의 역할을 하고 있는 여자와 남자 각 2명씩, 총 4명.
삼각 혹은 사각의 복잡한 연인 관계도,
애증의 동료이거나 가족도 아닌 네 사람이
각자의 이야기를 지닌 듯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듯
아련한 이야기가 계속되었습니다.
폐광, 광부는 우리나라 역사의 한 아픔인 것 같아요.
국내의 광산 시장 뿐 아니라 해외에 파견되었던 광부들도 많이 계셨고
다른 직업들보다 안전과 건강이라는 측면에
너무 무모한 영향을 끼치는 일종의 특수직업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광산과 광부의 이야기가 나오기에
소설을 읽기 시작한 초기에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단순히 광산의 부정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들의 아픔과 상처, 특히 소설의 마무리인 기차 사고까지
이 소설 속의 그 어떤 비극도 광산과 관계없는 것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등장인물들이 광산을 벗어난 후의 삶도 참 아련한 슬픔을 지니고 있었기에
광산만을 탓할 수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픔의 시작은 검은 사슴 이야기처럼 광산 속이라는 장소에서 시작하지만
그 결과와 영향은 광산에서 나온/떠난 후에도 계속되니,
무언가 광산과 무관한 영향들도 등장인물들의 삶을, 우리의 삶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특히나 인영과 명윤의 삶은 처음부터 광산과 관련된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저는 이상하게도 '장'이라는 인물에게 가장 마음이 가고 안쓰러웠습니다.
등장인물들 중 가장 투박하고 서툴달까요, 정이 갈 만한 인물로 묘사되지는 않지만
소설 속 인물들 중 가장 위태로운 처지가 아닐까 했어요.
사진에 관련된 일이나 광부로서의 일은 물론
가정에서도 항상 벼랑 끝까지 밀려야만 했던
인물 같이 느껴졌답니다.
그런 그에게는 자유도 선택지도 없는 것 같아 보였어요.
밝고 경쾌한 것보다는 왜인지 암울하고 어두운 예술작품에
더욱 끌리곤 하는 저이지만 '검은 사슴'은
유독 안쓰럽고 위태로운 마음으로 읽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마치며 끝이라는 것이 아쉬우면서도 반가웠던 소설..!
다음에는 꼭 '채식주의자'도 읽어 보아야 겠습니다~
이상, 류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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