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거/책

세상의 주인 (Robert Hugh Benson, 1907)

ruibien 2021. 1. 28. 22:33

안녕하세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소원을 빌고 싶은 요즘.

종교적 색채가 들어간 디스토피아 소설인

'세상의 주인(Lord of the World)'을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종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종교란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믿는 것일까,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관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러 종교 중 특정 종교를 선택하는 것도,

같은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 간에도 생각이 갈리고

때론 이단까지 생겨나는 이유가 뭘까 항상 궁금했거든요.

 

이 책이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시사점과 생각할 거리는 충분히 주는 것 같습니다.

 

종교적 색채까지 더해진 최초의 디스토피아 소설,

또 <1984>나 <멋진 신세계>같이 제가 정말 인상 깊게 읽었던 소설들에

큰 영향을 준 작품이라는 소개에 더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2번이나 추천을 하셨다는 것을 보고

아무런 고민도 의심도 없이 바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400페이지가 넘는 길이에 꽤 길다고 생각했는데

정말이지 부담 없이 술술 읽히는 작품이었어요.

 

잘 알지 못했던 소설인데,

내가 궁금해 하면서도 나와 벽을 사이에 두고 있는 '종교'에 대한 이야기인데,

초반부는 조금 어려운 듯도 했지만 읽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다가 어느 날은

새벽 3시를 넘기기도 했어요ㅎㅎ

 

100년 전의 소설이 이렇게나 마음에 와 닿을 수 있을까.

요즘은 특히나 '가스 라이팅'이라는 단어도 자주 볼 수 있고,

세뇌 등 사상과 정신을 지배하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아픈 일인지 

자주 거론되곤 하죠.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주고받고

서로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바람직한 것인지 이 책을 읽으며

더욱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권력/정치과 종교.

역사 속에서도 이 두 가지의 대립과 무서움은 많이 보여 왔죠.

현재 사회에서도 칼을 들고 싸우지는 않지만 여러 음모론들이 많이 나오는

두 분야인 것 같기도 하구요.

 

두 가지 개념 모두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서로 어울려 잘 살 수 있도록 지도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발생한 것인데

'인간'이라는 동물의 본능이자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단점) 시기와 질투 등 욕심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으며 부작용들도 생겨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권력과 종교를 꽤 이분법적으로 나눈 것 같지만,

이 소설이 1907년의 런던에서 쓰였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꽤 자연스러우면서도

무서울 정도로 냉정한, 정확한 예언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찾아보니 출판사에서 교황님이 이 책을 추천하며 하시는 말씀을 올려둔 영상이 있더라고요!

매우 짧은 영상이고 잠시 추천한다는 이야기를 하실 뿐 자세한 설명이 있지는 않지만

교황이라는 위치, 종교를 떠나 여러 사람들에 존경받는 분의 목소리로

이 책을 추천하는 말씀을 들으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어서ㅎㅎ

살짝 첨부해 봅니다 :D

 

저도 가끔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분명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문화에 호기심을 갖고 배우고 싶어 함에도

각자의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나 나의 문화에 대해 고집을 부리게 되는 것은

참 당연하면서도 신기한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요.

 

위 영상에서 교황님이 사용하신 '사상의 식민지화'라는 표현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김구 선생님이 문화강국을 희망하셨던 것처럼

특정 지역이나 나라의 문화와 규율, 가치관, 나아가 사상을

타 지역/나라의 사람들에게까지 강요하며 통일하려 하면

흔히들 소망하는 더욱 강한 권력과 세력에는 다가갈 수 있을지 몰라도

잃게 되는 가치가 너무 많을 것 같습니다. 마치 이 소설처럼요.

 

'세계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고민과 의문보다는

'세계에는 주인이 없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

서로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는 실마리가 아닐까요ㅎㅎ

 

부디 이 소설에서처럼, 그리고 교황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사상의 식민지화'를 경계하고

서로 다르더라도 생각과 개인을 존중하며 다양함을 지켜가는

평화로운 세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ㅎㅎ

 

어려운 주제를 갖고 있는 소설이다 보니

저의 후기가 너무 진지해진 것도 같아 부끄럽네요ㅎㅎ

종교가 없음에도 항상 호기심은 갖고 있었기에 저도 모르게

푹~ 빠지며 진지해졌던 것 같아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 류이;) 였습니다~